[칼럼] 단순 건망증이라는 착각, 치매의 '회색 지대'를 경고한다


잦은 건망증을 그저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정상적인 인지 기능과 치매의 경계, 이른바 '회색 지대'에 놓인 '경도인지장애(MCI)'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일상생활을 스스로 꾸려나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으나, 분명하게 기억력이나 판단력 같은 인지 기능이 이전보다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이 중간 단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진 '진행 가능성' 때문이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상당수는 매년 치매로 이행될 위험을 안고 있다.


▲ 치매와 건망증 사이, '골든타임'의 경고


경도인지장애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력 저하다. 물건을 둔 위치를 잊거나 최근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핵심은, 치매와 달리 이러한 증상이 일상생활을 마비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여전히 스스로 운전을 하고 가계부를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이 '독립적인 생활 가능'이라는 특징이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간과하게 만드는 가장 큰 함정이다.


하지만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를 가르는 또 다른 핵심은 '속도'와 '가역성'이다. 치매는 시간이 갈수록 무서운 속도로 악화되지만, 경도인지장애는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증상이 유지되거나 심지어 호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경고를 조기에 인지하고 대처하는 것이 뇌 건강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 뇌를 위협하는 '침묵의 공범들'


경도인지장애는 단순히 노화의 산물이 아니다.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 습관과 만성 질환이 주범으로 작용한다.


방치된 고혈압, 당뇨병 같은 뇌혈관 질환은 뇌 기능을 갉아먹는 행위다. 또한, 움직이지 않는 몸, 불균형한 식단, 그리고 뇌를 끊임없이 긴장시키는 만성 스트레스는 경도인지장애를 불러오는 위험한 공범들이다. 결국, 경도인지장애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열쇠는 '생활 습관의 혁신'에 있다.


•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뇌 혈류를 개선하고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가장 강력한 비약물 치료제다.


• 건강한 식단 항산화제가 풍부한 식품 섭취는 뇌 세포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다.


• 인지 훈련 및 스트레스 관리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며 뇌를 끊임없이 자극해야 한다.


▲ 뇌 건강, 스스로 주체가 되어야 할 때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라는 위장막 뒤에 숨어 치매로의 문을 여는 위험한 징후다. 만약 자신이나 가족이 잦은 기억력 저하를 겪고 있다면, 이를 단순한 건망증으로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
진단 후에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초기 단계(1단계)에서 집중적인 관리와 치료를 시작하면, 치매로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이제 뇌 건강을 타인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오늘 당신이 선택하는 작은 변화, 즉 한 번의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단이 미래의 인지 기능을 결정할 것이다. 당신의 뇌는 그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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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