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덜 먹고 더 뛰었는데 왜 나는 뱃살이 빠지지 않을까?”
이 좌절의 순간은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몸속 호르몬 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갱년기'라는 생물학적 전환점이 찾아왔다는 명확한 신호다. 중년 여성에게 뱃살은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새로운 생존 전략에 대한 경고이다.
▲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배신이 아니라 '과학'
갱년기에 접어들면 여성의 체형 변화는 예외 없이 찾아온다. 가장 큰 원인은 에스트로겐의 급감이다. 젊은 시절 에스트로겐은 지방을 주로 엉덩이나 허벅지 같은 피하 지방으로 유도해 저장했지만, 폐경기에 가까워질수록 이 기능이 약해진다. 그 결과 지방은 더 생존에 유리한 내장 지방 형태로 복부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적게 먹어도 배 주변에 단단한 지방층이 쌓이기 쉽다. 이는 심혈관 질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경고이기도 하다.
여기에 근육량 감소까지 겹치면 문제는 더 커진다. 근육은 기초 대사량을 결정하는 핵심 기관이다. 근육이 줄면 에너지 소모가 떨어져 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이 쉽게 축적된다. 결국 "빼도 빠지지 않는 뱃살"은 몸이 변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이다.
전략을 바꿀 때,'덜 먹기'에서 '제대로 먹고 움직이기'로 갱년기의 뱃살 관리는 더 이상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다. 호르몬 변화와 근육 감소에 대응하는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
1. 단백질은 생존의 핵심 자원
"고기 살찜"이라는 오해는 버려야 한다. 갱년기에는 근육 손실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는 필수다. 닭가슴살, 계란, 생선, 두부 등으로 하루 세 끼 중 두 끼 이상 단백질을 충분히 채워야 근육을 지키고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다.
2. 운동의 승부는 근력에서 갈린다
걷기만으로는 갱년기 지방과 싸우기 어렵다. 유산소 운동으로 체지방을 태우는 동시에 스쿼트, 런지, 플랭크 같은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기초 대사량이 올라가 '살이 잘 안 찌는 몸'으로 체질이 바뀐다.
3. 탄수화물은 '양'보다 '질'을 바꿔라
정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격히 올려 복부 지방 축적을 돕는 주범이다. 현미, 귀리, 통밀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복합 탄수화물을 선택하고 채소와 함께 먹어 혈당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4.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곧 '지방 스위치' 조절
잠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을 증가시켜 지방을 복부에 저장하라는 신호를 준다. 깊은 수면과 명상, 가벼운 호흡 운동은 뱃살 관리의 중요한 축이다.
▲ 갱년기 뱃살은 새로운 몸의 언어다
갱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예전의 몸과 비교하며 자책할 필요는 없다. 대신 몸이 보내는 새로운 언어를 해석하고 그에 맞는 생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뱃살과의 싸움은 단순히 날씬함을 얻는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의 20~30년을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살기 위한 장기적 대사 관리의 시작이다. 전문가들은 갱년기 뱃살 관리가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터닝포인트"라며 꾸준한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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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숙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