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몽골에 심은 ‘인천 희망의 숲’, 세계 도시협력 모델로

- 19년간 157ha에 25만 그루…시민의 나무심기 운동, 국제환경협력으로 성장
- 황사·사막화 대응부터 탄소중립·환경교육까지…지방정부 기후외교 새 길 열어
- 올해 UNCCD 당사국총회서 성과 공유…3단계 사업 등 지속가능한 협력 모색

인천시민이 몽골의 황사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나무심기 운동이 19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 간 환경협력 모델로 성장했다.

인천시(시장 박찬대)는 올해 몽골에서 열리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 ‘인천 희망의 숲’ 조성사업의 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NCCD는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 가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의 대표적인 국제환경협약이다. 인천시는 이번 총회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해 지방정부 간 장기 협력사업으로 발전한 과정과 조림 성과, 현지 주민·미래세대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운영방식을 소개한다.

이는 ‘인천 희망의 숲’이 단순한 해외 나무심기 사업을 넘어, 지방정부와 시민, 현지 주민이 국경을 초월한 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도시협력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가 국가와 국제기구에 국한되지 않고 도시와 시민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시민의 작은 정성, 19년간 이어진 ‘녹색 연대’로

‘인천 희망의 숲’은 2008년 인천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출발했다. 당시 인천원탁회의와 YMCA 등 시민사회는 몽골의 사막화와 인천으로 유입되는 황사를 줄이기 위해 3억 3,500만 원을 모금했다. 이렇게 모인 시민의 정성은 2010년까지 몽골 바양노르와 성긴 지역에 5만 2,000그루의 나무를 심는 결실로 이어졌다.

시민이 시작한 나무심기 운동은 이후 인천시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민관 협력사업으로 발전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추진된 1단계 사업에서는 몽골 다신칠링솜 일원 45㏊에 6,300그루를 식재했다.

인천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2018년 울란바타르시 자연환경청과 협약을 체결하고 2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울란바타르시 성긴하이르한구 일원에 2027년까지 100㏊ 규모의 숲을 조성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인천 희망의 숲’을 통해 조성된 숲은 총 157㏊, 식재된 나무는 25만 그루 이상이다. 축구장 약 22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민의 모금으로 시작된 작은 나무심기 운동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장기 국제환경협력사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버려진 땅을 숲으로…나무가 자랄 수 있는 기반까지 만들다

인천시는 나무를 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숲이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사업 초기 조림지는 쓰레기가 버려지고 나무가 자라기 어려웠던 척박한 땅이었다. 인천시는 현지 자연환경과 토양, 수종, 물 공급 여건 등을 조사하고 구주적송·잣나무·낙엽송·비술나무 등 몽골 환경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했다.

또한 울란바타르시로부터 15년간 토지사용권을 확보하고 양묘장과 온실, 관정, 관리사무소, 농수관 등 조림 기반시설을 구축했다. 묘목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식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가축의 무분별한 방목으로 나무가 훼손되지 않도록 조림지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현지 기후와 생육 여건에 맞춘 관수와 관리도 병행했다. 그 결과 조림지 내 수목 생존율은 약 78%를 유지하고 있다. 나무와 풀이 자라기 어려웠던 땅은 점차 녹지가 살아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 사진=인천시 재공


인천시는 올해에도 성긴하이르한구 조림지 10㏊에 잣나무 약 6천 그루를 심고, 2027년에는 10㏊에 8천500그루를 추가로 식재해 2단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황사 대응에서 탄소중립까지…인천에도 돌아오는 환경 투자

몽골은 동북아시아 황사의 주요 발원지 가운데 하나로,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가 심화하면 그 영향은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의 대기환경에도 미친다. 특히 대륙과 맞닿은 서해안에 위치한 인천은 황사와 미세먼지 등 월경성 대기오염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먼저 받는 지역이다.

따라서 몽골의 황폐한 토지를 복원하는 일은 단순히 해외에 나무를 심는 원조사업이 아니다. 황사와 모래바람의 발생을 줄이고 탄소흡수원을 확충해 인천과 동북아시아의 환경을 함께 지키는 선제적 기후대응 투자다.

인천시는 ‘인천 희망의 숲’을 「2045 인천형 탄소중립 전략」의 탄소흡수원 확대 과제와 온실가스 감축 인지예산 사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까지 조성된 숲은 약 1,62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내연기관 승용차 약 350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를 상쇄하는 규모다.

이 사업은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 포함된 인천시의 대표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기도 하다. 환경복원과 탄소중립, 국제개발협력, 도시외교를 하나의 사업 안에서 함께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나무보다 오래 남는 변화…사람과 미래세대를 연결하다

‘인천 희망의 숲’의 또 다른 성과는 숲을 조성하는 과정에 양국 시민과 학생, 현지 주민이 함께 참여해 왔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매년 몽골 현지에서 시민·학생 식목행사와 환경교육, 조림기술 교류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도 인천 학생과 시민, 몽골 학생 등 약 100명이 함께 나무를 심으며 사막화와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 사진=인천시 제공

지난 19년간 숲 조성에 참여한 인원은 총 797명에 이른다. 참가자들은 황폐한 땅에 직접 나무를 심고, 과거에 심은 나무가 숲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환경보전의 가치와 국제협력의 의미를 체험했다.

특히 양국 청소년이 함께하는 식목행사는 미래세대가 기후위기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살아 있는 환경교육이자, 두 도시를 연결하는 민간외교의 장이 되고 있다. 조림기술과 시설을 현지에 남기고 주민이 직접 숲을 관리하도록 한 점도 일회성 지원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UNCCD에서 세계와 공유 … 다음 20년의 협력 준비

‘인천 희망의 숲’은 유엔환경계획(UNEP)의 미세먼지 국제평가 우수사례로 소개된 데 이어, 2025년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사례로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올해 UNCCD 당사국총회 성과 공유는 인천의 경험을 다른 도시와 국가가 활용할 수 있는 국제환경협력 모델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인천시는 총회에서 19년간 축적한 조림 경험과 성과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 현지 지방정부와의 역할 분담, 양묘장·관정 등 자립 기반 구축, 청소년 환경교육을 결합한 사업 운영방식을 중점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2단계 사업 종료를 앞두고 그동안의 성과와 조림지 운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3단계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한다. 몽골 측에서도 추가 조림 부지를 제안하고 있는 만큼, 조림지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현지 자립성, 탄소흡수 효과 등을 면밀하게 살펴 향후 협력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 사진=인천시 제공


윤은주 인천시 환경안전과장은 “인천 희망의 숲은 시민이 심은 한 그루의 나무가 도시의 정책이 되고, 두 나라가 함께하는 국제환경협력으로 성장한 뜻깊은 사업”이라며 “19년간 축적한 경험과 성과를 UNCCD 당사국총회에서 세계와 공유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 간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인천은 GCF 본부도시이자 글로벌 환경도시로서 시민과 국제사회가 함께 만드는 실질적인 기후행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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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