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 자식의 고장난 인생, 자개장을 타고 시간을 되감다
그롱시 출판사가 박주원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판타스틱 자개장’을 27일 출간한다.
서른아홉, 아직도 부모의 그늘 아래 머무는 ‘캥거루족’ 딸이 혼수상태에 빠진 아빠에게 묻는다… ‘그때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판타스틱 자개장’은 인생의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박자연’이 오랜 시간 인연을 끊고 지냈던 아빠를 혼수상태로 마주하면서 시작된다. 그날 이후 자연은 방 안에 놓인 아빠가 남긴 낡은 자개장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신비한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자연은 반복적으로 과거로 이동하며 젊은 날의 아빠와 과거의 자신, 그리고 그때의 감정과 기억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자연은 상처의 뿌리를 찾아가며,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작품은 ‘사랑의 블랙홀’, ‘어바웃 타임’,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계보를 잇는 시간여행물이지만, 점점 더 먼 과거로 흐르고, 통로가 열려 있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는 설정을 통해 기존 작품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전통 가구인 자개장을 타임슬립 장치로 설정해 한국적인 정서와 현대적 감각의 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632쪽에 이르는 긴 분량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엉뚱하고 통통 튀는 캐릭터의 매력과 유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어우러져 단숨에 읽히는 페이지터너다.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시간 여행은, 한때 가장 가까웠지만 지금은 멀어진 가족들에게 다시 다가설 수 있는 용기와 말하지 못한 마음을 전할 기회를 남긴다.
박주원 작가는 장편 영화 시나리오, 희곡, 뮤지컬을 집필해 왔으며, 단편 영화에서는 각본과 연출을 맡아온 스토리텔러다. 오랜 시간 영상 매체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온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첫사랑이었던 소설로 돌아왔고, 이 작품을 통해 가장 개인적인 기억을 보편적인 감정으로 풀어냈다.
우리는 종종 부모가 살아 있을 때는 원망을 품고 살아가지만, 정작 그들이 떠난 뒤에야 비로소 깊은 후회와 그리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판타스틱 자개장’은 그런 가족 간의 복잡하고도 깊은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부모와 자식 간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또한 배우 전무송·전현아 부녀의 따뜻한 추천사가 더해졌으며, 세대를 넘어 마음을 잇는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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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국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