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많은 이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치과 의사의 손을 떠난 직후부터 시작되는 ‘식단 관리’야말로 발치 부위의 회복 속도와 합병증 유무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는 점이다.
또한 발치 부위에 형성되는 혈병(피딱지)은 단순한 혈액 응고물이 아니다. 이는 외부 노출로부터 상처를 차단하고 새로운 조직의 재생을 돕는 천연 보호막이다.
이 보호막을 사수하는 것이 회복의 성패를 가른다. 식사 과정에서 빨대를 사용해 입안 음압을 높이거나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는 공들여 쌓은 혈병을 탈락시킬 위험을 초래한다.
보호막이 사라진 자리에 신경이 노출되는 ‘드라이소켓(건성치조와)’ 현상이 발생하면 일반적인 발치 통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며 회복 기간은 걷잡을 수 없이 길어진다. 결국 발치 후 식사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상처를 보호하고 치유를 완성하는 ‘치료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한다.
아울러 발치 직후 약 6시간은 식사를 철저히 지양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저작 감각이 마비되어 혀나 볼을 씹는 추가 외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 시기에는 지혈을 위해 거즈를 적절한 압력으로 물고 있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침을 자주 뱉거나 입을 세게 헹구는 사소한 습관조차 응고된 혈액을 쏟아내게 하여 지혈을 방해하므로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
지혈 완료 후의 첫 식사는 차갑거나 미지근한 유동식이 적합하다. 뜨거운 음식은 혈관을 확장해 재출혈을 유발하므로 금물이다. 통증이 완화되는 이틀째부터는 죽, 달걀찜, 연두부와 같은 연식으로 이행하되, 반드시 발치 반대편 치아를 사용해 상처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식후에는 강한 가글 대신 미온수로 가볍게 입을 헹구는 세심함이 요구된다.
통증이 줄었다고 성급히 일반식으로 복귀하는 것은 위험하다. 김, 깨, 고춧가루처럼 입자가 작아 상처 틈새에 끼기 쉬운 재료나 맵고 짠 자극적 음식은 염증의 기폭제가 된다. 금연과 금주를 병행하며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사랑니 발치 후 며칠간 이어지는 식단의 제한은 분명 곤혹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짧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절제력이야말로 고통 없는 일상으로 복귀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만약 발치 부위에서 심한 악취가 나거나 통증이 갈수록 증폭된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회복의 주도권은 결국 의사의 손이 아닌, 환자 본인의 식탁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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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숙 기자 다른기사보기
